
사후조정 회의 나온 노조 최승호(가운데)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리는 사후조정 회의 참석앞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성과급발 총파업(5월 21일) 위기를 앞두고 삼성전자 노사가 11일부터 이틀간 사실상 마지막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성급한 타결도, 결렬도 문제인 ‘총체적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조가 연간 영업이익의 15%인 45조 원 규모의 상한 없는 성과급을 고집하고 있는 데다, 적자인 비(非)메모리 사업부와 부진에 빠진 디바이스경험(DX) 부문과의 성과급 격차 등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을 막기 위해 성급하게 합의할 경우 국내 산업계 전반의 성과급 대립 격화와 초(超)인플레이션, 미래 투자 경쟁력 약화 등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별 기업의 현안을 넘어 국가적 현안이 돼가고 있는 만큼 일단 파업 열차를 멈추고 노·사·정이 함께 기업의 초과이익 문제를 다룰 사회적 대화 기구를 가동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부터 이틀간 사후조정 절차를 통해 성과급 재원과 지급 기준에 대한 담판을 벌인다.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이날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리는 사후조정 회의에 앞서 “영업이익 15%의 성과급 지급 및 상한 폐지, 제도화를 계속 말하고 있다”며 “회사가 제도화에 대해 입장이 없으면 오늘 조정이 안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회사는 영업이익의 10%와 특별 포상을 더한 ‘업계 최고 대우’를 내세우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X에 사후조정 개시에 대해 “쉽지 않은 조정이지만, 해법은 이미 우리들 가까이 있는지도 모른다”고 올리면서 ‘또 하나의 가족, 협력업체도 가족’ ‘투명한 운영 노사 공동의 과제’ ‘비난보단 응원’이라는 키워드를 태그했다.
적자 상태인 시스템LSI(설계)·파운드리(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사업부에 대한 성과급 산정 방식도 핵심 의제다. 노조는 올해 확보하는 성과급의 70%를 모든 반도체(DS) 임직원에게 나누고, 나머지 30%는 기여도에 따라 메모리 사업부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 요구대로라면 메모리 사업부 직원들은 1인당 약 6억 원, 비메모리 사업부 직원들은 약 3억 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회사는 형평성 차원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적자 사업부에 대한 수억 원대 성과급이 스마트폰·가전 사업부가 소속된 DX 부문 직원들의 불만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로 예고된 총파업이 현실화하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40조 원 넘게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1700여 개에 이르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협력사는 물론이고, 수출과 증시에도 치명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외국인 투자기업들도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이 한국의 제조·기술 위상을 훼손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이날 입장문에서 “한국 반도체 산업의 운영 안정성은 글로벌 기업들과 주요 공급망 파트너들에게 더욱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며 “삼성전자에서 생산 차질이나 운영 불확실성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공급 부담이 더욱 커지면서 공급 병목 현상과 가격 변동성 확대 등 전반적인 공급망 안정성 우려가 한층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사태를 개별 기업을 넘은 국가적 사안으로 간주하고, 노·사·정이 대화 기구를 가동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객관적으로 노사가 인정하는 외부 전문가나 대표성을 내세울 수 있는 중재 그룹이 필요하다”며 “영업이익이 많이 날 때 성과급이나 투자가 어느 정도 적당한지에 대해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1. 예상되는 주요 사회적 파장
- '연쇄적 임금 인상' 압박: 삼성전자는 국내 임금 협상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합니다. 이곳에서 파격적인 합의가 이뤄질 경우,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타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계에도 강력한 임금 인상 압박으로 작용해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우려가 있습니다.
- 투자 경쟁력 약화: 반도체는 R&D(연구개발)와 시설 투자에 수십조 원이 투입되는 장치 산업입니다. 성과급 재원이 45조 원(R&D 투자액을 상회하는 수준)에 달할 경우, 미래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 주주 권리 침해 논란: 이익의 상당 부분을 임직원에게 우선 배분하는 방식은 주주들에게 돌아갈 배당금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이는 500만 소액 주주들의 거센 반발을 부르고 있으며, 기업의 자본 조달 비용을 높이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 노노(勞勞) 갈등 및 양극화 심화: 대기업 정규직 위주의 파격 보상은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소득 격차를 더욱 벌려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습니다.
2. 사안에 대한 다각도 분석 (옳고 그름의 관점)
이 사안은 어느 한쪽이 절대적으로 옳다기보다는 '정당한 보상'과 '지속 가능한 성장' 중 무엇을 우선하느냐의 가치 판단 문제입니다.
긍정적 측면 (노조의 주장 기반)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
- 지난 몇 년간 유례없는 반도체 호황을 이끈 주역은 현장의 노동자들입니다.
- 성과급 산정 방식이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지속되어 온 만큼, 산정 기준을 명확화(제도화)하고 상한선을 없애 노동 의욕을 고취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인재 유출을 막는 '인적 투자'로 볼 수 있습니다.
우려되는 측면 (산업/경제적 관점)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격"
- 변동성 무시: 반도체는 업황 주기가 매우 뚜렷합니다. 호황기 이익을 고정 비율로 배분하면 불황기에 대비한 사내 유보금이 부족해져 위기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 중재안의 비현실성: 정부가 중재에 나섰음에도 '45조 원'이라는 상징적 금액이 오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사측이 수용하기 불가능한 수준이며, 이는 대화보다는 파업을 위한 명분 쌓기로 비칠 수 있습니다.
3. 다른 시각: "상생과 투명성 중심의 제3의 길"
단순히 '퍼센트(%)' 싸움을 넘어, 다음과 같은 대안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 변동 상한제 도입: 무조건 상한을 폐지하기보다, 영업이익률 구간에 따라 상한선을 유연하게 조정하여 기업의 부담과 노동자의 기대치를 절충하는 방식입니다.
- 보상 체계의 다각화: 현금 지급 일변도에서 벗어나 우리사주(주식) 지급을 늘려 노동자가 기업의 주인으로서 장기 성장에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입니다.
- 이익 공유 기금 조성: 초과 이익의 일부를 협력사와의 상생이나 사회 공헌 기금으로 환현대차원하여 대기업만의 '그들만의 잔치'라는 비판을 불식시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