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6년 3월 21일에 있었던 방탄소년단의 광화문 광장 컴백 공연은 참 여러모로 우리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 사건이었습니다.
K-팝의 상징적인 그룹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화려하게 귀환한 무대였지만, 그 이면에는 곪아있던 우리 사회의 여러 시스템적 한계가 동시에 터져 나온 종합적인 문제의 현장이기도 했죠.
1. 공공재의 사유화와 빗나간 예측이 부른 행정력의 낭비
가장 먼저 피부로 와닿았던 문제는 바로 '시민의 일상'이 너무 쉽게 희생되었다는 점입니다.
광화문은 단순한 거리가 아니라 시민들의 출퇴근길이자, 누군가의 생업이 걸린 공간이며, 일상적인 휴식을 취하는 공공의 장소입니다.
그런데 26만 명이라는 과도하게 부풀려진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무려 1만 명 이상의 공무원과 경찰, 소방 인력이 투입되었습니다. 여기에 쓰인 초과근무 수당만 최소 4억 원이 넘었죠. 생각해 보면 참 허탈한 일입니다.
특정 민간 기업과 아티스트의 영리 목적 행사에 왜 우리의 세금과 공권력이 이렇게까지 막대하게 동원되어야 할까요?
안전을 위한 통제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지하철 무정차 통과, 삼엄한 몸수색, 심지어 인근 직장인들의 강제 반차까지 유도된 상황은 **'안전 관리'를 넘어선 '과잉 통제'**였습니다.
국가가 사기업의 이벤트를 마치 국가적 메가 이벤트처럼 대우하면서, 정작 그 공간의 진짜 주인인 시민들은 철저히 주변인으로 밀려나 버린 셈입니다.

2. 거대 플랫폼의 '무임승차'와 언론 통제
넷플릭스의 독점 생중계 문제는 이번 사태의 씁쓸한 단면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넷플릭스는 100억 원대라는 막대한 제작비를 들이밀며 전 세계 77개국 1위라는 엄청난 트래픽과 수익, 그리고 새로운 가입자들을 싹쓸이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아주 중요한 모순이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그 막대한 이익을 챙겨가면서, 정작 수만 명의 인파를 통제하고 현장을 안전하게 유지하는 데 들어간 막대한 '사회적 비용(경호, 교통 통제, 쓰레기 처리 등)'은 단 한 푼도 지불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재주는 한국의 공공 인프라가 넘고, 막대한 돈과 데이터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가져간 구조입니다.
게다가 독점이라는 명분 하에 국내 언론의 정상적인 취재마저 과도하게 통제하며 언론의 자유마저 침해하려 했죠.
이는 플랫폼 자본주의가 공공의 영역을 어떻게 착취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아주 위험한 선례를 남겼습니다.

3. 기획사의 '팬덤 방패'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방기 (새로운 문제점)
정부와 넷플릭스에 쏟아진 비판 뒤에 아주 교묘하게 숨어있는 또 다른 주체가 있습니다.
바로 행사를 기획한 소속사(하이브 등 민간 기획사)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이번 논란에서 가장 뼈아픈 지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기획사는 '무료 공연'이라는 타이틀을 걸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앨범 홍보와 넷플릭스 중계권료 판매 등을 통해 막대한 무형, 유형의 수익을 창출하는 철저한 '비즈니스'를 앵벌였습니다.
하지만 교통 마비, 세금 낭비, 상권 피해 등의 비판이 쏟아질 때, 기획사는 적극적으로 책임을 지기보다는 '국위 선양'이라는 프레임과 방탄소년단을 사랑하는 거대한 '팬덤(ARMY)'의 긍정적인 이미지 뒤에 숨어버린 경향이 짙습니다.
이익은 기업이 사유화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과 비용은 국가와 시민, 심지어 아티스트와 팬들이 온전히 감당하게 만드는 구조는 대단히 무책임합니다.
진정한 글로벌 기업이라면, 자신들의 이벤트가 개최 도시에 미칠 영향을 미리 계산하고, 그 피해를 보상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려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했습니다.
4. 대형 문화 인프라의 빈곤과 낡은 도시 기획 (새로운 문제점)
마지막으로 짚어볼 점은 근본적인 '공간의 한계'입니다.
왜 하필 도심 한복판인 광화문이어야 했을까요?
상징성도 있겠지만, 냉정하게 보면 K-팝이 전 세계 음악 시장을 호령하는 2026년 현재까지도, 대한민국 서울에는 10만 명 단위의 초대형 공연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소화할 '메가 아레나(초대형 전문 공연장)'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해외의 경우, 도심 외곽에 대규모 인파를 수용할 수 있는 돔구장이나 전문 아레나를 구축하고, 그곳으로 향하는 전용 교통망을 설계하여 도심 일상과의 충돌을 막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거물급 아티스트가 올 때마다 잠실 주경기장이나 월드컵경기장,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이번처럼 도심 광장을 임시방편으로 개조해서 써야만 합니다.
문화 콘텐츠의 수준은 22세기인데, 이를 담아내는 도시의 공간 기획과 인프라는 여전히 20세기에 머물러 있는 물리적 한계가 이번 교통 대란과 행정력 낭비를 부추긴 셈입니다.